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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만나다
여행장소 188회 백제기행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
작성자 이정우
기행일 2017-09-16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고, 차가 스스로 목적지로 찾아 간다.
실제 존재하지 않고,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보고, 만지고, 움직일 수 있다.
프린터가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듯 도면을 바탕으로 3차원의 입체 물품을 뽑아낸다.




우리가 상상하고 꿈꿔왔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실제 일어나고 있고 상용화가 되어가고 있는 자율주행과 가상현실 체험, 그리고 3D프린터 등 우리의 삶은 점점 고도의 기술과 발전을 바탕으로 날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비엔날레는 2년 마다 찾아온다. 이번 전시는 다가오고 있는 미래와 4차 산업혁명 이라 불리는 현상을 이야기 한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확립된 개념도, 이론도, 실체도 아직 없지만 '과연 디자인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관계 안에서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올해 전시는 기획되었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경제적 활동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던 시대가 몇 차례 지나갔다. 우리가 마주친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물질적 교환으로 이루어진 경제적 성장이 아니라 사람의 지식, 즉 보이지 않는 정신의 교환으로 승화했다. 인간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탐구로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껏 인류가 일궈내려 했던 과거의 혁명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그렸던 오늘
전시장 입구엔 문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이 구조물은 '디아크(The Arch.)'로 미래로 들어가는 과거의 문을 형상화한 것이란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사람들은 무엇을 상상했고, 그들의 꿈꿔왔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 과거에서 꿈꿔왔던 모습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 가있을까. 그러나 내세운 주제와는 달리 입구의 문이나 비엔날레관 앞 광장에 세워진 아홉 개의 구조물 형상은 어쩐지 아쉽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는 본 전시 첫 번째는 '오래된 미래(Futures of past)'의 주제로 열리고 있다. 지난 250여 년간 인류가 상상했던 미래를 담았다. 과거에 미래를 꿈꾸었던 이들의 프로젝트를 기록한 아카이브 전시다. 흡사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다. 과거 사람들이 그렸던 모습들이 사뭇 진지하다. '태양열을 이용한 집', '움직이는 도로', '청소하는 로봇', '공해가 없는 전기 자동차', '소형TV가 되는 전화기'.. 그 진지한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 변화의 과정을 살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사진은 바로 조르주 델리에스 감독이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한 장면이다. 어릴 때 EBS 채널에서 본 기억이 난다. 흑백 무성영화에서 사람들이 상상한 달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달의 얼굴에 무심한 듯 푹 박혀 있는 우주선이 묘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 뒤로 보이는 국사책의 연도 정리표와 같아 보이는 기다란 연혁. 가만 내가 태어난 곳을 찾아 살펴본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시작', '보잉, 증강현실 기술 항공기 조립 과정에 도입'. 내가 태어날 때 저런 일이 있었다.


오늘 그려보는 미래
이어 등장하는 '미래를 디자인하자(Design! the Future)'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미학적 측면보다는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와 3D프린팅 등 4차 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한 비전과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미래의 주방에선 가만히 앉아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 쇼핑을 하고 배송물품은 무인 로봇이 집 앞으로 가져다준다. 물론 환경 자원과 공존, 지속가능한 디자인, 약자를 위한 배려와 나눔 디자인도 담아내고 있다. 미래예측기계, 스모그프리프로젝트, 공기우산, 세이프 워터북(마실 수 있는 책), 저개발국가 어린이를 위한 교육시스템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층을 달리하면 세련된 디자인의 차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전시로 미래의 탈것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 디자인은 미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진정성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아름다움이 실현 가능한 모습들이 모빌리티에 담겨 있을 때 그 빛을 발한다.
미래의 모빌리티 전시관에는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람을 넘어 직접 체험함으로서 가까이 다가온 미래를 경함할 수 있는 것이다. VR을 활용한 미래 모빌리티 가상현실 체험, 퍼스널 모빌리티 체험 등은 미래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사용자들이 직접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


함께 그려보는 미래
미래를 생각 해 볼 때 기술의 진보와 시대변화에 대해 상상해본다. '아시아 더 퓨처'전시는 아시아 디자인의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발견하고, 미래 디자인의 역할과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 진보와 시대변화 속에서 다양한 아시아권의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진화과정 및 미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방향성을 탐구한다는 의도이다.
아시아권의 디자인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리는 독창성과 다양한 문화적 가치 그리고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 더 퓨처'전시는 이 같은 아시아 오리진(origin)을 바탕으로 전통기술과 자연재료, 현대 디자인이 접목된 자연친화 개념의 디자인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전시는 국가별, 지역별, 제품별 단순 분류보다 '최소(Design for Essential)·고유(Design for Value)·함께(Design for Share)'라는 세 가지 장르로 나누어 디자인 모티브 및 리소스, 디자인 제품, 우수사례로 꾸며졌다. 이중 '최소(Design for Essential)'장르의 자연과 공존하는 디자인으로 네팔 '살리(Sali)'는 차 한 잔을 마시고 그 잔을 깨서 흙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때문에 유약을 바르지 않아 흙의 느낌이 물씬 나는 찻잔이었다. 차를 마셨다 생각하고 막상 깨려니 조심스럽게 바닥에 '톡' 던졌다. 아주 얇은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바스라 졌는데 일반 도자기와 다른, 흙으로 쉽게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전시장에는 500개의 베트남 등을 이용한 '아시안 하모니_500개의 등'도 설치했다. 화려하고 수많은 등이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외에도 아시아를 상징하는 100여 가지의 재료, 패턴, 색상, 샘플, 사진, 소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시아 오브제콜렉션 '아시안 엘리먼트_100가지 소품들(Asian Element_100 Objects)'도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단순한 형태의 디자인이 제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동아시아의 삶을 엿 볼 수 있다. 아시아 디자인의 문화가 탄생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자연 재료와 기술 등을 사진, 영상 등으로 보여줌으로써 동아시아의 문화적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미래를 엿 보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는 디자인의 관점으로 4차 산업혁명이 나타난 원인(과거)을 되돌아보고 4차 산업혁명이 낳을 결과(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전시가 던진 메시지는 디자인의 역할과 중요성, 필요성이 인간에게 어떤 편이성과 미적 감각을 갖게 하는지에 관한 전반적인 제시였다. 디자인이 일구어낸 역사를 살펴보니 디자인의 형태는 변화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큰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새삼 미래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앞으로 올 때, 앞날로 표현되는 미래(未來). 막상 미래는 잡을 수 없고, 예측 할 수 없는 멀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 옆에 현실로 변해 존재하곤 한다. 시간이 흐르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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