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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과거와 현재를 가꾸고 이어온 사람들을 만나다
여행장소 156회 백제기행 - 2014마당해외기행 / 일본
작성자 김이정
기행일 2014-07-21

과거와 현재를 가꾸고 이어온 사람들을 만나다


2014마당해외기행│일본 :: 오래된 기억, 꿈꾸는 도시


올해 마당 해외기행은 전통문화와 산업유산을 활용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일본의 마을들을 찾아갔다. 오사카부터 시작해 고베와 구라시키, 나가하마, 시라카와, 다카야마, 쯔마고, 나고야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한 5박 6일의 일정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 처음 도착해 제일 당황한 점은, 운전석이 왼쪽에 자리한 것. 우리가 기존에 버스를 타던 방향과 반대로 타야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오사카에 도착해 덴뿌라와 붓카게 우동, 초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버스를 타고 오사카 한복판에 위치한 동양도자미술관으로 향했다. 동양도자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1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또 이승만 정부시절 외교관을 지낸 전주 출신의 이병창 씨가 300여점이 넘는 한국 도자기를 이곳에 기증한 곳이기도 하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백자, 청화백자 등 아름다운 도자기들이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고베로 이동해 처음 도착한 곳은 기타노 이진칸이다. 이 곳은 고베항에 와서 무역을 하던 서양인들이 거주하던 이 지역에는 옛날식 유럽식 건축물들이 보존되고 복원된 곳이다. 외국인거주지는 도심에서 약간 북쪽언덕 위에 있어서 여기의 건물들을 기타노이진칸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식 목조·석조 주택들과 근사한 외국 공관들이 골목 여기저기에 서있었다. 이런 건물들은 대개 19세기 전반 이후 지어져서 잘 보존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건물들은 그동안 파손되고 붕괴되기도 하여 복원·수리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이 지역의 건물들은 주변의 근현대 일본식 주택들과 대비되는 모습을 이뤄 독특한 도시경관을 선사했다. 특히, 기타노이진칸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보아온 스타벅스와 확연히 달랐다. 기타노이진칸의 모든 건물들이 이국적 색채를 띠고 있는 것처럼, 이 곳의 스타벅스 건물 역시 1907년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을 개조해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났다.



둘째날이 밝았다. 버스에서 누군가 그랬다. 첫째날은 시간이 천천히 가고 그 다음날부터는 시간이 정신 없이 빨리 갈 것이라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이날의 일정은 고베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작은 도시 쿠라시키였다. 쿠라시키 원도심에 해당하는 미관지구(美觀地區)는 일본 내 자국민이 ‘일본 제1의 상점거리 경관’으로 꼽을 정도로 경관이 깨끗하게 잘 유지되어 있었다. 쿠라시키는 바다에 직접 접하지는 않으나, 작은 강과 통하고 있어 해안교통의 요지로 옛날부터 발달했다. 아주 옛날에는 어부들의 집단 주거지로, 후에는 쌀을 비롯한 곡물의 집산지로 통했다. 흐르는 강 사이로 옛날 상인들처럼 모자를 쓰고 직접 배를 타볼 수도 있었고, 인력거도 있었다. 이곳의 오래된 가옥과 점방, 문창살 퇴벽 옛날 그대로다. 전통 일본음식을 파는 고급음식점과 골동품가게, 작은 화랑들이 즐비어서 있다. 특히 이곳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없었다. 미관지구로서 오랜 세월 시간이 그대로 멈춰있는 곳 같았다. 



아이비스퀘어에서 점심을 먹고, 무더운 햇볕을 뒤로 한 채 미관지구 내에 위치한 오하라 미술관에 갔다. 정문 앞에는 이오니아식 기둥이 떠받치고 있었고, ‘로뎅’의 조각이 수문장처럼 서있다. 작은 규모의 미술관에는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의 서양화가 작품들이 있었다. 엘 그레코와 고갱, 모네, 르누와르, 마티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그 뒤 분관에는 일본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조각가, 옆으로 공예관 ‘동양관’도 있다. 오하라 미술관은 국립이나, 시립이 아닌 한 개인의 미술관이다. 그런데 전시 작품들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오하라 미술관은 오하라 마고사부로에 의해 1930년 설립됐다. 그는 1929년 작고한 친구이자 화가 고지마 토라지로를 기리기 위해서이 미술관을 지었다.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는 사재를 털어 유럽을 누비며 진품들을 사 모았고 미술관은 지금까지 자립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서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작품은 ‘기모노를 입은 벨기에 소녀’다. 작가는 바로 오하라미술관을 있게 만든 장본인 토라지로였다. 그림 속에는 붉은 머리 서양여인이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모네의 ‘수련’은 토라지로가 모네에게 직접 의뢰해 제작한 그림이었다. 르누와르의 ‘샘 옆의 여인’ 또한 토라지로의 부탁으로 칠순을 넘긴 르누와르가 혼신을 다해 그린 작품이었다. 당시 작가는 이미 붓을 들 기력조차 없어서, 붓을 손에 동여매고 그렸다고 한다. 이 곳을 둘러보면서 단순히 기업가가 돈을 벌어 미술관을 설립하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 이러한 문화 공간은 후대를 위한 훌륭한 교육 공간일 뿐 만 아니라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시라카와 마을 


시라카와고는 기후현의 서북단이면서 도야마현과 이시카와현에 인접한 일본의 전형적인 농촌이다. 평지에는 논이나 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곳곳에 수로가 여러 갈래 감돌고 있는 그 중심에 형성된 마을로 지난 199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113개동으로 이뤄진 조용한 산촌 마을인 이곳에는 현재도 6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가집처럼 보이는 갓쇼 양식의 가옥에는 당시의 문화와 민속예능이 많이 베어 있으면서 실제로 숙박도 가능한 민박집과 향토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시라카와의 갓쇼즈쿠리는 에도시대 후기부터 메이지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의 옛정취와 문화를 접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오기마치 성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사진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하쿠산 연봉이 펼쳐진 대자연은 특히 겨울의 불 켜진 마을풍경, 봄의 벚꽃 정취와 어울려 환상적이라고 한다.

내가 갔던 날은 비가 내려 물안개가 핀 모습과 구름이 산에 걸려있는 모습이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서로 도와가며 집을 짓고 논과 밭의 농사를 지으며, 또 겨울이면 엄청나게 내리는 눈과 싸우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왔다고 한다.



오늘날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갓쇼즈쿠리는 생활의 불편함과 많은 유지비 등으로 어려움은 많지만 귀중한 전통문화로서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주민 모두가 나서 협력하고 있다. 정부나 관에서도 일본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현재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함으로 떠나지 않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갓쇼즈쿠리라는 독특한 지붕양식은 ‘유이(結)’에 의해 공동으로 지붕을 올리고, 이엉을 교체(30∼40년)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기술이 합쳐져 옛 방식으로 독특한 민가를 세월로부터 지켜내고 있다. 이곳에서 기획팀 김다희 선배, 김민해 씨와 함께 ‘향수(鄕愁)’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 커피숍은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꽤나 오래된 커피숍에는 주인 할아버지가 찍은 마을의 사진이 가득했다. 할아버지가 무심하게 따라서 내주는 커피와 초콜렛 한 조각을 즐겼던, 달콤쌉싸름한 시간이었다.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 ’, 다카야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시라카와고를 뒤로 하고 다카야마로 이동했다.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는 혼슈 기후현의 다카야마 지역은 일본의 상징인 교토 문화와 에도시대 역사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다카야마는 30분이면 시내 전체를 걸어서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하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 이곳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막부시대 관청 건물이 있는데 바로 다카야마 진야다. 매년 여름 다카야마 진야 앞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규슈에 진을 치고 있던 다카야마의 영주 가네모리의 군대가 조선에서의 전황을 다카야마에 보고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다카야마오도리가 열린다고 한다. 다카야마의 중심지에 위치한 전통거리에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조용한 이곳에는 전통공예품을 파는 가게와 여관, 양조장 등이 들어서 있다.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갖춘 자그마한 미술관도 많았다. 이 지역은 특히 옛 방식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양조장이 많아서 그런지 이 지역의 술을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다. 김영배 선생님이 쌀로 만든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술을 구입하셔서 한모금 마셔보았는데 달착지근하니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카야마 진야 앞에 펼쳐지는 아침시장은 다카야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이다. 에도시대부터 쌀과 누에, 꽃 등 시장으로 발전돼 지금은 본고장의 농가에서 신선한 야채와 과일, 꽃 등을 팔았다. 이 시장은 4~10월에는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문을 연다. 우리는 오전 9시경 시장에 도착했다. 신선한 복숭아와 사과들이 많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잼과 사루보보 인형(さるぼぼ, 재앙을 물러나게 하고 집안에 평안을 주는 등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붉은 색 인형)도 있었다.


‘장인정신의 고장’, 나고야


나고야의 번화한 분위기를 느낄 수있었다. 백화점이 즐비한 거리 한가운데에는 물의 우주선을 테마로 한 오아시스21이 있었다. 21세기 오아시스를 표방하는 입체형 공원으로 물과 빛을 기본 테마로 만들었다. 지하는 쇼핑가, 1층은 버스터미널, 지상은 잔디가 깔린 녹지대다. 은하의 광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며, 유리로 완성된 물의 우주선에서는 지상 14미터 높이에서 공중 산책을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저녁식사에 늦어 경관을 둘러볼 세도 없이 헐레벌떡 식당으로 이동했다. 나고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다른 날들의 식사와는 조금 달랐다. ‘볼프강 퍽’이라는 LA출신의 유명한 쉐프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이날만큼은 일식이 아닌 양식을 와인과 함께 즐겼다. 저녁 식사 후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이동하는 분들과 걸어서 이동하는 일행으로 나뉘어졌다. 걸어서 이동하는 일행은 오아시스21에서 호텔까지 일직선으로 쭉 걸으면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몰라도 퇴근 후 한잔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음 날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과 명품 도자기 그릇의 본사가 있는 노리다케의 정원이었다.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에서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도요타그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관은 방직공장이던 옛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내부만 바꿔서 꾸몄다. 자동차로 유명한 도요타라는 브랜드의 시작이 방직공장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목화에서 직접 실을 뽑는 모습을 시연해주었는데다 큰 내가 봐도 신기했다. 견학을 하러온 일본 어린이들이 부러웠다.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에는 도요타가 옛날에 생산했던 제품, 현재 생산 중인 제품, 앞으로 생산할 제품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단순히 제품만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걸 어떻게 생산했는지 기계를 직접 갖다 놓고 시연도 해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도요타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들의 기업 역사를 알리고, 기술력을 한껏 내보이는 곳이었다. 

일본 기행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국에서 만든 도요타의 차량을 많이 애용한다. 그 다음이 혼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아나 현대에서 만든 자동차를 타면서 자랑스럽게 타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마지막 기행일정은 노리다케의 숲(Noritake of Garden)이었다. 노리다케의 숲이라는 명칭에 ‘숲’이 들어가 거대한 대자연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정원에 가까운 곳이다. 노리다케는 유명한 도자기 회사다. 노리다케의 전신은 일본 도기합명회사로 1904년에 설립됐다. 본래 나고야시 니시구에 본사와 공장이있었다. 본사와 공장으로 사용된 붉은 벽돌건물이 지금의 노리다케의 숲이 되었다.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붉은 건물 주위로 산책하기 좋은 분수와 정원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공룡모형도 전시되어 있다. 노리다케 박물관 1층과 2층에서는 식기를 손수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4층은 상설전시관으로 노리다케의 역사적인 제품들이 전시되었다. 인상적인 것은 1914년 일본 최초의 디너 세트였다. 박물관 관람 후 노리다케 식기를 파는 숍에 갔다. 여기에서 노리다케의 각종 제품들을 구경했다. 노리다케 식기를 뒤집어 보면 노리다케의 문양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연도별로 그 문양이 각각 다르다고 한다. 숍에서는 여러 가지 식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일반 식기를 저렴하게 팔고 있고, 다양한 찻잔들을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디너 세트 등 고급 접시도 있었고, 호텔에서 사용하는 식기나 값이 꽤 나가는 예쁜 접시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여행 후에 남겨진 것들


5박 6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일본을 되돌아보며, 아무리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오래된 건축물들이 제대로 보존되고 복원되어, 오늘날에는 유명한 문화관광지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일본은 과거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보존하여 그 도시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문화가되고, 시민들에게는 문화공간으로 제공된다. 그 공간은 문화예술 활동의 장소가 되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된다. 일본의 기술력이나 섬세함 등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지만 그들이 한 문화를 형성하기까지의 계획성과 끈기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있어 유익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기행이 막을 내렸다.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마당 해외기행, 내년에도 또 가고 싶다!


문화저널 김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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