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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을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여행장소 168회 백제기행 도시문화기행 일곱: 경북 청도
작성자 이지성
기행일 2015-09-12



 

 


#수몰의 아픔을 희망의 구라로 승화시키다

유쾌함이 함께했던 기행이었다. 내 삶에 한 번이라도 가게 될지 의문이었던 경북 청도를 접하게 됐다. 청도하면 소싸움밖에 생각나지 않았던 이 고장에 어디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성수월 마을그리고 철가방 극장이라는 테마로 기행을 가면 정말 의미가 있는 기행이 될지 준비하면서도 의문이었다. 그 의문을 직접 풀기 위해서 나는 토요일 이른 아침에 버스에 몸을 싣고, 청도로 떠났다.

3시간이 넘는 주행거리 탓에 늘어지는 피곤과 따분함이 나를 엄습해왔다. 나 역시 그 피곤과 따분함에 대항하기 위해서 잠을 청했으나, 어느새 창녕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나는 잠을 들 수 없었다. 청도에 거의 도착했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그 고개를 넘어가면서 볼 수 있었던 수려한 산골 역시 나의 눈에 설렘을 선사했다. 그리고 청도도 이처럼 아름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청도반시의 고장이 아니랄까봐!, 창녕에서 청도로 넘어가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감나무들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나의 의문을 풀어줄 성수월 마을에 도착했다.

청도에서도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성곡댐, 수몰의 아픔이 있는 이 지역이 나에게 어떻게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했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신 마을 실장님을 비롯해서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시골의 향취와 흥겨운 사투리로 우리를 반겨주신 마을주민들을 보고, 할머니의 집이 무척 생각났다. 어쩌면 성수월 마을의 시작은 유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수월 마을에서 로컬푸드 비빔밥과 청도한우의 소고기 뭇국 그리고 경북 칠곡에서 공수해왔다는 친환경 무항생제 돼지로 만든 수육과 마을의 청도반시로 만든 감주로, 나의 입은 이미 유쾌함을 가지고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상부터 유쾌하신 박성기 위원장님과 시작된 마을투어는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20대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선사했다. 물론 그것은 웃픈’(우습고도 슬픈) 것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던 마을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성수월 마을에는 구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마을 사진전이 열릴 수 있었고, 그 사진들에는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구라들이 있었다.

당산나무를 옮기고 마을의 나무들을 옮기면서 또 다른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다른 구라들이 생겨났다.

마을의 철거를 시작하면서 발견된 신라의 금성까지 침범했던 이서국의 실체가 들어났다. 그 이서국의 이야기들이 2000년을 땅 속에서 잠자고 있던 호분과 돌은 마을의 새로운 구라들을 만들어냈다.

2011년 마을에 새로운 구라를 만들어줄 철가방 극장이 오픈하면서 마을은 구라로 넘치고 수몰민들의 아픔으로 가득 찼던 마을은 웃을 수 있었다.

유쾌했던 박성기 위원장님과의 마을투어를 통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몸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게이다. 이것은 요즘 트렌드인 전자제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하드웨어는 보다 가볍고 작게, 소프트웨어는 그 어떤 시절보다 풍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취준생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도 적용된다. 몸은 가볍고, 마음은 그 어떤 사람보다 풍성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뚱뚱한 사람을 비하하는 것이 아닌, 상대적 의미로 몸보다는 마음을 더욱 가꾸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유쾌했던 박성기 위원장님의 구라와 함께 했던 마을투어가 끝나고 마을에서 불과 2분 거리에 철가방 극장에 찾았다. 과연 얼마나 재미있는 공연이 청도의 오지 시골마을에 있을까?’ 의문이었고 그것을 풀기 위해 나는 자리에 앉았다. 공연은 70분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 작은 소극장의 큰 웃음




티켓링크 100주 동안 부동의 예매율 1위를 자랑하는 공연이 서울도 아닌 경상북도의 작은 청도군에 있었다. 코미디계의 대부 개그맨 전유성씨는 고향인 청도에서 살고 있다가 수몰지역 주민들인 성수월 마을 주민들의 도움요청에 코미디도 배달을 나간다는 아이디어로 '성수월 마을'에 철가방극장을 지었다.

철가방극장의 의미는 '항상 왜 코미디극은 서울에서만 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전유성씨에게 청도로 코미디공연이 배달 나왔음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청도에서 전국 어디라도 주문이 있다면 코미디공연을 배달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철가방 극장'의 또 다른 이름은 '웃음건강센터'이다. 웃음으로 수몰 지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치유하기 때문이다.

철가방극장은 무려 국내 최초 4D 코미디 전용 극장이다. 공연장 뒤로 볼 수 있는 청도의 아름다움과 무대에서 비가 내리고, 객석의자에서 물이 튀고, 안보이던 무대도 서서히 올라온다. 또한 좌석이 100석도 안되게 만들어진 철가방 극장은 규모가 아닌 질로 승부하는 공연장이다. 60석 남짓의 작은 공연장은 연기자와 관객이 보다 가깝고 그로 인해 소통하며 관객의 마음을 웃음으로 더욱 치유하려고 한다. 전유성씨 역시 청도군에서도 조그마한 성수월 마을에 매일같이 1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줄까? 의문이였고 차라리 조그마하게 짓고 꽉찬 공연장으로 연기자들에게 항상 힘을 주기 위해서 작게 지었다고 한다. 전유성씨는 그 공연 봤니?”가 아닌 그 공연장 가봤니?”라는 인식을 남기고 싶다고 한다. 그 의미는 그 공연장에서는 어떤 공연이든 항상 좋은 공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연장 그 자체를 명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수월 마을에서 조그마하게 시작된 코미디시장의 철가방극장에서 이제 한국 코미디 창작촌이 청도에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100여년 한국 코미디 역사를 보여주고 한국코미디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취지이다. 코미디 시장의 철가방 극장이 만들어낸 마을 재생, 그 재생의 힘이 청도까지 파급되어 청도를 변화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의 청도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정을 마치고, 다시 전주로 돌아가는 길에 나의 의문은 모두 풀렸다. 마을이 정말 웃었고, 내가 웃었고, 모두가 웃었다. 취준생으로 지쳐있는 나의 삶에도 웃음으로 나 자신을 치유하고 많이 배워가는 기회가 된 좋은 기행이었다. ‘성수월 마을이라는 청도의 오지에 있는 시골마을이 우리를 웃게 변화시키고, 청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나는 어디를 가서도 청도하면 성수월 마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 이지성(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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