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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작은 것의 가치를 깨워내다
여행장소 187회 백제기행 강동진교수와 함께하는 도시기행
작성자 김태정
기행일 2017-08-0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들이 속한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든다.
끊임없이 그들이 살아온 흔적을 건축과 도시라는 이름으로 남기고, 또 사라져 간다. 덕수궁의 돌담에도, 전주 전동성당의 벽돌 하나에도, 유럽 소도시의 뒷골목과 뉴욕 마천루의 위용에도, 그들이 함께 숨쉬었던 도시인의 삶이 담겨져 있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는 동시에 공동체 내의 타인들과의 경계를 함께 구성하는 건축물을 역사 속에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건축물은 공동의 공간이자 구분의 공간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 지고 이를 통해 도시가 구성되면 새로운 문화가 발생한다. 그래서 건축물과 도시의 보존, 그리고 보존된 역사 안에서의 조화로운 발전은 도시인의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인은 도시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이긴 하나,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관자 또는 국외자인 것처럼 살아간다. 여왕개미의 번식과 종족의 보존을 위하여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일개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 도시가 몇 백년 장구한 역사의 숨결을 지닌 곳이라 하여도, 아니면 수 십년 짧은 근대화기의 흔적이었다 하여도, 그 곳에 살며 방관자 인 듯 살아간 도시인의 숨결과 발자취는 곳곳에 남아있게 되며, 우리는 흔히 그 들의 흔적에서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숨겨진 역사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을까? 도시 곳곳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자신이 속한 도시의 역사를 명확하게 알아가며 사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 역시 일개미의 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미미한 도시인일 뿐이다. 그러나 소소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 그 지식 저변의 문화를 지키는 힘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방문하는 도시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내 주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것은 이번 여행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이었던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일본인들이 살아오고 지키려 했던 도시의 흔적을 느끼려, 일본의 작은 섬들에 산재한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보다 앞서 도시문화와 그 도시재생의 소중함을 인식한 이들로부터, 우리가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중함을 몰랐던 우리 선조, 때로는 우리 자신의 흔적을 되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쓰레기섬이라 불리우던 나오시마를 미술관섬으로 변모시켰고,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구라시키의 옛 공장을 호텔로 보존하고, 역사책에서나 볼만한 잠사 시험장에 전시 공간을 만들었으며, 이누지마의 구리 채석광산과 제련 시설은 설치미술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여러 섬에서 걸출한 건축가 안도타다오의 손길을 느꼈고, 발전과 보존을 함께 하려는 도시 전문가들을 보았다.
이제 그 여행을 되짚어 본다.






오노미치
오카야마 공항에 도착하면서 부터 햇볕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8월의 일본 열도는 열탕과도 같았다. 오노미치의 센코치 전망대를 들러 해안가 골목길을 거닐 때도 햇볕과의 전쟁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오노미치는 세토내해에서 유일한 무역선의 기항지였다고 한다. 수심이 얕아서 선박의 대형화에 따라 항구의 가치는 저하되었으나 각종 신사, 불교사찰, 문화기념관들이 산 주변으로 산재한 항구도시이고, 산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와 항구의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히로시마와 가깝지만 전쟁의 전화를 입지 않아 명소와 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산정상의 전망대에서 걸어 내려오는 길목에는 유명 문학자들의 기념관이 있고 항구 쪽으로 내려오면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상가가 있다. 작지만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셨다.
여행 첫날의 시작은 느긋하고 조용했다.


구라시키
구라시키는 옛 도시의 품격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물론 미관지구로 지정된 구역만 보았을 뿐이지만, 잘 정비된 옛 건물들 사이로 운하가 흐르고, 오리가 헤엄쳐 다니며 편안히 먹이를 잡는다. 운하 옆 서양의 신전을 본 딴 건물에는 미술관이 들어와 있고, 옛 공장은 호텔로 변모하였다.
나는 도시와 함께 하는 운하에 대한 로망이 있다. 어린 시절 방문했던 몇몇 도시에서 물과 함께한 기억은 무척이나 평화롭다. 내가 타지 않더라도 작은 보트를 띄울 만큼 물은 풍성하면 좋겠다. 만일 가을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편한 마음으로 물가에 앉아 가을 오후의 나태함을 즐겨보고 싶다. 함께하는 책은 잔잔한 예술품의 뒷얘기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첫날 묵었던 호텔은 구라시키의 '아이비스퀘어'라고 하는 옛 방직 공장을 호텔로 만든 곳이었다.
구라시키는 예로부터 쌀과 면화의 집산지로 번영하였고, 구라시키 강을 수로로 사용하여 농산물과 상품을 수송하였던 곳으로, 번성하던 시절의 공장을 호텔로 변모시킨 창의성이 뛰어났다. 보존이라는 명제와 함께, 활용이라고 하는 목적도 함께 달성한 건물인 것이다. 물론 예전 건물이 주는 편안함과 함께 그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방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과거에 청주에 있었던 우리나라 최대의 면사 방직 공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군들 이었던 수 천명의 여공들이 면사에서 나오는 먼지를 마시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크기는 부지 12만평에 방직기 3300대가 있었던 곳이지만, 20여년 만에 그곳은 그 당시 공장이름을 딴 개발구역이 되어 청주의 최고급 주거지 및 상업단지로 변모하였다.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과의 경제 분석을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가 찢겨 나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지금 방문한다면 그 웅장했던 공장의 흔적이나 찾을 수 있을지~ 어쩌면 낙후한 도시로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개발이겠지만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역사를 찾아 볼 수 있는 자리라면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져 있기를 바란다.
호텔 주변에 조성된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고도 보존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해가 넘어가는 늦은 오후의 미관 지구를 사진에 담으며 운하를 주변을 걸었다.
구라시키를 떠나는 날 아침에 시간에 쫓기며 방문했던 미관지구 내의 오하라미술관은 구라시키의 방직공장을 운영하여 부를 쌓은 오하라 마구사부로가 설립한 미술관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미술관이라고 한다. 로뎅의 조각, 샤갈, 피카소, 모네, 르노아르 등 유럽의 거장의 작품과 함께 중국의 고대 도자기까지 전시되어 있었는데, 미관지구의 오랜 건축물, 아름다운 운하와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볼거리라고 하겠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감상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해야 했다.
돌아와서 안 것이지만 오하라미술관은 일본 최초의 사설 미술관이라고도 한다. 옛 것을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보이지 않는 의미 있는 장소에 의미 있는 예술공간이 함께 한 것이다.
서울과 전주의 한옥마을, 베트남 다낭 인근의 호이안 등 옛 도시를 보존해둔 대부분의 지역이 상업화와 보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옛 건물들은 음식점, 커피숍, 외국 브랜드의 옷과 화장품 가게로 변신되어 가고, 이러한 옛 도시의 상업적 활용이 꼭 도시 보존, 도시 재생의 방법인가 하는 의구심을 안고 있었는데, 구라시키의 미관지구가 보여준 안정된 옛 도시의 보존은 이러한 방식의 보존이 우리의 도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첨부된 사진의 미관지구 가옥들처럼, 있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구역이 놀랍도록 많았던 것이다. 부동산을 통해 돈을 쫓는 인간들의 본성을 누를 수 있는 방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이곳 구라시키의 건물주 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이런 유혹을 이겨 냈는지 배워보고 싶다. 물론 올바른 정책의 입안이 선행 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국비로 해외견학을 다니시는 정책 입안자들이 나랏돈을 좀 쓰시더라도 꼭 방문하여 배워가시길 바란다.
이번 여행 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구라시키의 미관지구와 오하라 미술관이 함께 들어있다. 다시 찾아볼 기회가 있다면 산책하기 좋은 날 방문하여, 오하라미술관을 들릴 것이다. 유럽 예술품이 모인 본관, 일본의 근대 서양화 작품이 모여있는 분관, 시간을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던 공예관 등 모든 전시품을 꼼꼼히 둘러보고, 미관지구의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여유로움과 함께 문화의 향기를 느껴 보고 싶다.




나오시마
1989년부터 진행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하여 외딴 섬마을인 나오시마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찻길 멀리 보이는 해안에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붉고 노란 호박들이 보인다.
이곳은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베네세 비술관 등이 있는, 말 그대로 미술관의 섬이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겉과 안이 다를 바 없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지추미술관은 온통 회색이다. 이름 그대로 땅과 빛을 함께 품고 있는 미술관은 건물이 전시품과 함께 하나의 소재로서 빛을 발한다. 그래서 다양한 빛과 공간을 소재로 한 전시 작품들이 있지만, 내 마음은 온통 클로드 모네의 방에 빠져버렸다. 지추미술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방문 했던 나는 모네의 방을 들어서는 순간 빛과 색을 함께 뿜어내는 모네의 그림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눈이 되어 자연 빛으로 조명된 미술관 안에서 그의 그림을 보았고 반가운 만큼의 감동이 있었다. 거대한 모네의 수련 앞에서, 어린 학생들이 교과서의 손바닥 만한 사진으로 만 그림을 볼 것이 아니라, 미술품을 품어 주는 현장과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지기를 바란다. 예술도 문화도 몸으로 느끼며 이해하는 것 보다 중요한 교육은 없는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는 것이다.
나오시마는 거대한 미술관의 둥지처럼 발전해 왔다.
지추 미술관을 나와 이우환 미술관을 들렀고, 베네세 미술관까지 돌아보며 과연 우리나라의 한려수도 작은 섬에 이런 미술관과 예술공간을 품고 있는 섬이 있다면, 그 섬이 자연과 문화를 함께 품어 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오시마는 단지 베네세 그룹의 노력 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합심하여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좋은 모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모든 미술관에서의 엄격한 사진 촬영 금지가 오히려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회화나 사진 작품 같은 경우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후레쉬의 영향이나, 다른 관람객의 관람에 방해를 줄 수도있겠 설치 미술 작품이나 건축물 요소 요소에서는 나름의 융통성을 발휘해 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첨부할 수 있는 미술관사진은 위의 베네세 미술관 외부 공간만 실었다.
오후에 무더위를 뚫고 방문했던 이곳 저곳의 이에(家)프로젝트 공간은 햇볕의 방해와 지친 몸을 수용하기에는 매력을 덜 발산한 것 같다.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도 좋은 만한 때, 다시 한번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건축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인위적인 빈집의 문화공간화는 감동을 주기에는 힘들었던 것 같다. 다만 도시 전역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 하다.


이누지마
나는 이곳에서 구태여 곳곳에 설치된 아트 프로젝트를 찾아 다닐 필요가 없었다.
폐허로 변한 과거의 구리제련소가 있는 이 작은 섬은, 섬 자체가 주는 분위기 만으로 나를 압도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손꼽아 기억 속에 남긴 곳이고, 심지어는 오히려 강렬한 햇볕을 맞으며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곳이다. 폐허가 된 공장은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에서 더욱 황량했다. 가을과 겨울이 갈색으로 변한 낙엽으로 쉽게 만들어 가는 황량함과 다른, 찬란하리 만큼 뜨거운 햇볕아래 흔적으로 남아, 지나간 영화의 그늘에 드리운 황량함이 나를 사로 잡았고, 섬 자체의 전경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는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고성에 숨겨진 오랜 역사가 뿜어내는 기운 같았다.
이누지마는 폐허로 남겨지는 정도가 아니라 산업폐기장이 될뻔한 섬이다. 이곳을 예술의 섬으로 남겨두기 위한 아트 프로젝트 역시 섬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그러나 폐허 속에 계획적으로 정형화된 예술품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나오시마의 그것처럼 나에게는 익숙지 않았다. 현장의 강렬한 햇볕이 섬의 분위기를 나에게 전해 주기는 하였으나 예술품을 감상할 감성은 빼앗아 간듯하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감상을 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면 방문 전에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오카야마
이동 중 잠시 들러본 오카야마 성은 우리나라의 성과는 너무도 다르다. 성을 복원했다고는 하나,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16세기의 기술로 어떻게 이런 높은 성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성의 기와 끝에 장식된 황금 물고기 치미가 웅장한 성의 위엄을 더욱 살려준다.




쇼도시마
여행은 편안한 호텔과 맛있는 음식이 있고, 함께 하는 일행들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구라시키에서 짐 풀 곳이 없을 만큼 좁은 호텔방을 경험하고 들어온 쇼도시마의 리조트 호텔은 넓은 방과 함께 바비큐 장에서의 배부른 저녁을 함께 제공했다.
쇼도시마는 일본 최초의 올리브 생산지이고, 간장과 소면들의 생산지 이기도 하다. 올리브 나무와 그 제품만을 주제로 만들어진 한 공원이 있고, 옛 간장 공장을 전시장으로 만든 곳도 있다.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관광상품화 했다는 것은 낙후 지역의 재생 방법의 좋은 보기일 것이다.





효고현 아와지시마, 고베
백 여 년 전부터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효고현의 국제 도시 고베는 도시의 이름에서 지진과 연관한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을 정도의 대규모 지진을 겪었다. 그러나 엄청난 재난을 겪어, 모든 도시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을 도시재생의 기회로 삼아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재건해낸 저력을 보여준다.
효고현의 아와지시마에는 간사이 국제공항의 매립을 위해 오사카만 지역의 흙을 펐던 자리를 재정비한 곳인 유메부타이(꿈의 무대)가 있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또다시 자주 등장하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으로, 건물 벽면을 보는 순간 느끼게 되는 그의 콘크리트 벽면으로 만들어져 있다. 빛으로 십자가를 만든 바다의 교회와 가리비 껍질로 이루어진 수공간이 있고, 지진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계단식 정원인 백단원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함께 구성된 식물원까지 흙을 팠던 자리에 만든 재생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훌륭한 도시의 구성이 이루어져 있다.
사실 대도시로 들어와 만나게 되는 건물과 기념관은 전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꿈의 무대처럼 지역의 재생이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투자를 통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일 것이다. 발전된 도시에서의 도시재생 방법은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반드시 진행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베의 경우, 잘 발전된 도시의 구석 구석에 잔존하는 과거 건물과 낙후 지역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방법은 이누지마나 나오시마의 그것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그 방향을 보여주는 곳을 방문하였다. 오래된 고베의 세관 앞의 잠사 검사소라고 하는 곳인데, 오랜 건물에 여러가지 전시 공간과 이벤트 공간을 마련한 곳이었다. 또한 이곳에서 그 공간을 활용하는 많은 일본인들을 보았다. 그곳을 지키고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건물 안에서 그들의 삶을 함께 하고 있었다.
검사소 건물 안에 있던 장난감 전시실의 노인이 해맑은 모습과 웃음으로 그가 평생 함께 한 장난감을 설명하는 모습은 설사 내가 그의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 알아 듣는다 하여도 그의 진심과 인생을 느끼해 해주는 모습이었다.
결국은 사람이다. 우리가 도시의 재생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 곳에 사람이 살았기 때문이고, 그들이 만든 역사를 느끼고 싶어서 인 것 같다. 이것이 이번 여행이 내게 준 중요한 의미로 남는다.
우리 일행은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왔고,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우리의 여행길이 태풍에 휩싸였다. 잠시 방문한 우리는 그곳을 떠났지만 방문지 곳곳이 물난리가 났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하며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 십년, 아니 수 백년 풍파을 견디며 자리를 지켜온 도시의 모습은 앞으로 수 백년 후에도 잘 지켜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을 소중한 모습으로 지킬 줄 아는 그들의 지혜가 부럽다.
아울러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었던, 재미있고 친절한 강동진 교수의 강의, 함께 미술관을 거닐며 미술품과 미술가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 엄혁용 교수의 해설이 없었다면 여행에서 얻은 감동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린다.
이분 들을 통하여 다시금 아는 만큼 보이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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