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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훗카이도의 여름, 시간이 고요히 놓여있다
여행장소 178회 백제기행 - 해외기행 - 일본
작성자 김민해
기행일 2016-07-29



홋카이도 여름은 마치 여러 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이 다양한 느낌을 준다. 홋카이도 중심 도시 삿포로는 여느 대도시의 사람들과 같이 업무를 마치고 더위가 가신 저녁에 공원과 거리를 거닌다. 운하 도시인 오타루는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이 있고, 유리 공예를 주업으로 갖는 사람들이 많다. 넓은 초원을 가진 비에이 사람들은 시키사이노오카 언덕에서 제철 꽃들을 가꾸며 살고 있다.  습도가 높은 다른 지역에서는 넓은 초원에서 소를 키우며 맛있는 유제품을 생산하여 생계를 유지한다.


여름이 무르익어가던 7월, 마당의 여름기행은 일본 열도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를 만났다. 낡고 오래된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낸 홋카이도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마당 기행을 통해 북해도 사람들이 다시 돌아 올 여름을 생각하며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들에게 여름은 옛 시절이고, 지금이며 또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계절이었다.  

'삿포로'라고 하면 시원한 맥주가 떠오른다. 삿포로는 홋카이도 중심 도시로서 맥주와 맛집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다른 관광지와는 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문화 유적지나 볼거리가 많기보다 삿포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가게, 건축물 등 그들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그래서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이번 기행은 훗카이도의 특색이 있는 큰 도시와 작은 도시 등 삿포로와 오타루, 비바이, 비에이, 하코다테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바람불면 흔들거리는 풍경, 그 아름다운 거리

우리 여행의 시작은 운하의 도시, 오타루에서 시작되었다. 홋카이도 서부에 위치한 운하 도시 오타루는 이국적인 도로 풍경이 있는 곳이다. 특히 돌길, 건축물들, 다리, 강 길 등 오타루 거리는 여느 일본 거리와 다른 특색이 있다. 항만도시였던 오타루는 19세기 말 최초 부두를 건설한 지역이다. 어업과 석탄 선적항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러시아와의 교역이 활발했다고 한다. 현재도 부두 부근에는 제관, 목재, 고무 공장이 있고 당시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덕분에 오래된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항구도시로서 번성하던 시기의 유물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오타루 박물관은 이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오타루의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통로였다. 그만큼 유물과 기록의 보존이 잘되어 있었다. 오타루는 20세기 초 운하 지구가 재개발되면서 유리 공예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유리공예는 오타루를 상징하는 공예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타루 박물관 뒷골목에는 공방 거리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유리 풍경(風磬), 유리 액세서리,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며 관광객들은 작은 가게를 서성일 수 밖에 없다. 이 거리에 함께 들어서있는 오르골을 판매하는 가게도 인상적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동네 주민들이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은 오래된 철도 위에 조성한 유리공예 거리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유리풍경이 흔들리며 아름다운 소리는 바람과 함께 어울어 내는 정감 넘치는 거리 풍경을 만든다.


낮보다 밤이 더 근사했던 삿포로

골목을 빠져 나와 운하를 건너니 여름에 열리는 일본 전통 축제인 우시오 축제가 한창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 홋카이도의 선선한 여름을 기대했지만 올해는 홋카이도도 더위의 기세를 떨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햇볕 아래 앉아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과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은 축제를 지켰다. 일본 관객들은 무대를 바라보며 어깨를 흔들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일본에서 축제란 즐거운 시간을 갖는 시간이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름 햇볕에 앉은 관객들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바라보는 듯 무대를 감상(?)했다.

삿포로에서는 삿포로 시티 재즈 페스티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흔 살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재즈 뮤지션 셀레나 존스의 공연을 관람했다.  셀레나 존스는 일본에 많은 팬들이 갖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정확한 발음과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큰 울림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재즈페스티벌 공연장인 오도리 공원 건너편에는 삿포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TV 타워 전망대가 있다. 삿포로는 사각형이 교차된 구조의 계획도시다. 삿포로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정교하게 짜인 큰 도로들 사이사이에 흐르는 이시카리 강에서 내려오는 강줄기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재즈 페스티벌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강에 비춰지는 가로등과 도로 위의 여러 불빛들 때문이었는지 삿포로의 밤은 낮보다 더 근사했다.

홋카이도에서 생산된 유제품은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감칠맛이 난다. 드넓은 초원에 질 좋은 풀이 자라고 있는 홋카이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이 있다.



폐교의 아름다운 변신, 아르테피아차
여행 셋째날, 우리는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홋카이도의 여름 풍경을 볼 수 있는 작은 도시 비바이와 비에이로 향했다. 비바이에는 아르테 피아차 라는 예술 광장이 있다. 일본 비바이 출신 조각가 야스다 칸이 비바이시와 함께 그의 고향 동네 폐교에 작품을 설치한 공간이다.  야스다 칸은 현재 유럽 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주로 대리석이나 브론즈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작가는 폐교 1층에 있던 유치원 아이들을 보고 마음을 여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으로 바뀐 교실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만져 볼 수 있도록 했다. 야스다 칸은 숨어 있는 느낌을 찾게 도와주는 작가다. 아르테 피아차에 전시된 작품들 역시 시각적인 감상과 더불어 촉감적인 감상의 느낌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야스다 칸은 뚫려 있는 구멍에 아이들이 얼굴을 집어넣기도 하고, 작품을 안아보고 돌 위에 올라가서 노는 모습을 상상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물을 보면 만져보고 껴안아보고 어느 경우는 맛도 본다. 휘어 있는 그의 작품에 등을 기대어 누워 보기도 하고 매끄러운 촉감에 까르륵 웃거나 까칠한 촉감에 흠칫 놀라기도 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신중하게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촉감을 찾아 계속 만져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나고, 나만의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학교 운동장과 같은 넓은 마당과 작은 언덕에는 교실 작품들보다 큰 작품들이 듬성듬성 전시 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하얀 돌들로 만들어진 강줄기와 물이 담긴 수영장은 아이들에게 역시 인기였다. 그곳에는 한시도 쉬지 않는 남자아이가 수영복을 입고 혼자 놀고 있었다. 작품 옆 큰 나무 밑에서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고,  가끔 어떤 꼬마들이 부모님 손을 뿌리치고 작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학교는 아이들이 있을 때 살아있다. 이제 아르테 피아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놀이 공간이 되었다.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학교에 마지막으로 할 일을 주게 된 셈이다. 고향을 생각하며 작은 공간을 가꾼 야스다 칸의 마음을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갈색 빛으로 변한 아오이이케 호수

우리의 다음 여정은 작은 도시 비에이 시키사이노오카 언덕이다. 비에이에 있는 아오이이케 호수에 도착했을 때였다.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굵어지다가 곧이어 장대비가 쏟아졌다. 숲 속 안에 있던 아오이이케 호수를 보기 위해 큰 우산과 우비를 챙겨 입고 호수로 향했다. 호수로 가려면 비가 쏟아지는 자작나무 숲 길을 걸어야했다. 흙 길이 빗물에 잠겨 걸어가는 길이 험난했지만, 빗방울 때문인지 자작나무들의 하얀 줄기가 더 짙어보였다. 아오이케 호수로 가는 자작나무길은 쏟아지는 비 덕분에 더 운치 있는 길이였다.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이오이이케 호수는 생명 없는 나무들이 호수에 나란히 서서 잠겨 있는 호수다. 사실 호수는 푸른빛 호수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장대비로 인해 푸른색이 아닌 갈색빛 작은 호수가 있었고, 큰 나무들은 고요히 서있었다. 옷과 신발은 다 젖었지만 아르테 피아차 예술광장에서 보았던 야스다 칸의 작품들을 감상했던 것처럼 나무와 호수를 감상하는 새로운 시간이었다. 

시키사이노오카 언덕으로 향할 때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말끔하게 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막상 아이오이이케 호수의 푸른빛 호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시키사이노오카는 제철 꽃들이 심어져 있는 아름다운 초원이다. 함께 여행 온 어떤 어르신은 강원도 평택에 가면 비슷한 곳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도 여기처럼 꽃이 많지는 않다" 고 하셨다. 물론 어디나 들판은 많겠지만 이렇게 컬러풀한 초원은 어디에 또 있을까. 실제로 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고,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 > 배경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언덕이다. 여름에 나는 꽃들 수국, 보라색 라벤더, 달리아 등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꽃밭 옆 비닐하우스에서는 가을에 심어질 꽃들을 가꾸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또 다른 의미로 완성되어가는 예술의 숲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어디서 무엇을 공부할까. 삿포로에는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가 있다. "Boys, be ambitious" 은 홋카이도 대학 초대 교감 윌리엄 클라크 교수의 훈화로, 홋카이도 대학의 표어이기도 하다. 윌리엄 클라크가 농학과 교수였기 때문인지 홋카이도대학은 농학부와 이학부의 명성이 높다.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는 나무들이 많이 있고 후문 쪽에는 포플러 가로수 길과 화목원 산책길도 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캠퍼스 주위에 사는 주민들도 산책하러 들어 올 수 있는 캠퍼스다. 때문에 학교라기보다는 동네 공원에 더 가까운 숲 속과 같은 대학이다. 캠퍼스 중심에는 사쿠슈코토니 개천이 흐른다. 이 강은 메말라 가던 강의 상류를 2004년에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강줄기라고 해도 살려낼 방법을 찾아내는 일본인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강이다.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캠퍼스는 강과 큰 나무들 그리고 홋카이도 종합 박물관과 같은 건축물처럼 서양 양식으로 건축된 건물들이 많은 곳이다.

홋카이도 대학을 나무가 많은 숲 속이라고 한다면, 삿포로 예술의 숲은 작가들의 작품들과 아이들의 배움터, 야외무대와 공방으로 채워진 문화의 숲이다. 특히 삿포로시 남부 높은 구릉지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계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삿포로 시에서 열리는 다양한 예술 문화 활동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공예품을 전시하는 공방에서 텍스타일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공방 앞 작은 광장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옆길을 따라 길게 난 계단을 오르면 야외 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총 50여개의 작품들이 설치 되어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는 1986년 수나자와의 작품으로 네그루의 나무들로 만든 작품이다. 1986년 당시에는 네그루 나무들 모두 서있었지만 현재는 한그루의 나무만이 올곧이 서있다. 바람의 흔적을 쓰러진 나무에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완성성은 완전히 배제해도 좋다. 작품은 또 다른 의미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쓰러진 나무가 땅과 닿아 새순이 돋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옆에는 일본 조각가 사토의 기념관이 있다. 그 곳은 사토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고, 아이들이 찰흙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이 있다. 그 곳에 자주 놀러 온 아이는 작품을 보면서 쓰러진 나무가 땅과 순화되어 나무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사계절 동안 바라보게 될 것이다.


기업가가 살려낸 미술관 '태양의 숲'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북쪽에 위치한다. 그 중에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내륙지역에 속한다. 삿포로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하코다테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그곳은 작은 도시라기보다는 큰 마을과도 같다. 삿포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시와 바다가 만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하코다테의 야경은 세계3대 야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어느 도시나 야경을 본다는 것은 날씨운이 따라야 한다. 하코다테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로프웨이 타워에 올라가야 하는데 한번 안개가 자욱해지면 로프웨이 타워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도시 전체가 흐릿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안타깝게 우리는 날씨운이 좋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갈 때에 잠깐 보았지만 타워에 올라갔을 때는 이미 안개가 자욱해져 있었다. 하코다테는 서양식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모토 마치, 하리스토스정교회, 하코다테 구 공회당 등 일본인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서양식 옛 건물들을 볼 수 있다. 하코다테에서 짧은 여정을 뒤로 하고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도시, 노보리베츠로 출발했다.

긴 여정이 잠시 지칠 때면 망설이지 말고 여행 피로를 풀어 줄 온천수가 있는 곳, 노보리베츠로 가면된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노보리베츠는 온천 여행을 온 여행객들이 넘쳐났다. 노보리베츠에는 1분당 3000리터 온천수가 솟아난다는 지옥 계곡이 있다. 특히 9종류 온천수 중 가장 유명한 유황 온천은 피부와 혈관 등에 효과 있는 온천이란다.

이번 여행은 낡은 공간을 복원하여 예술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한 흔적을 담고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 마지막 여행지 또한 폐교를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만든 태양의 숲 디마시오 미술관이었다. 일본의 한 기업가가 2008년 폐교된 학교를 개조하여 2010년 8월에 오픈하였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여행 중 제라드 디마시오의 그림에 빠져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디마시오 작품들을 모두 이곳에 전시하고 이름도 디마시오 미술관이라 붙였다. 교실 내부와 외부는 개조하지 않고 낡은 부분만 복원하여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전시된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앙증맞은 미술관의 외형과 내부와 대비되는 디마시오의 화려한 기술이 표현된 그림들의 배치에 더 눈길이 갔다. 학교 복도 끝에는 큰 강당이 있는데, 그곳 강당 전면에 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강당에서는 몇 시간에 한 번씩 소리와 조명을 연출하는 퍼포먼스가 열리는데, 이 퍼포먼스를 보면 관광객들이 디마시오의 작품세계를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 복도 중간 중간에는 아이들이 사용하던 화장실과 세면대가 그대로 있고 2층으로 연결된 조그마한 계단도 아직 튼튼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몇 교실에는 디마시오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가가 수집한 다른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태양의 숲은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우리는 다시 한국의 여름으로 돌아 왔다.



삶의 방식을 배운 여행

홋카이도에서 돌아와 바라 본 서울의 밤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서울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가로등 빛이 아름답고, 빛을 비추는 물이 아름답고, 물이 움직이는 물결이 아름답고, 도로의 선이 아름답고, 풀을 흔드는 바람이 아름답고, 도로 위의 먼지가 아름다웠다. 시간에 의해 지나가게 되는 것들처럼 사라지는 아름다운 것들이 당연시 여기게 될 때가 있다. 붙잡기에 너무 낡아 버린 시절도 있고, 새롭다 하더라도 다시 낡아져 버리는 그런 것들이 있다. 홋카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쉬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이 살게 될 땅을 가꾸며 살아간다. 이번 여행을 통해 땅에 존재하는 것을 대하는 홋카이도 삶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 만약 여행을 통해서 낯선 곳의 사람들이 갖는 가치를 발견 한다면, 여행지에서 사계절을 경험하는 것만큼 운이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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