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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옛 노래와 함께한 시간 여행
여행장소 150회 백제기행 - 예술, 끝나지 않는 노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뮤지컬 디셈버
작성자 조혜경
기행일 2014-01-18

 

옛 노래와 함께한 시간 여행

 

150회 백제기행 - 예술, 끝나지 않는 노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기념전,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디셈버>

 

 

좋은 분들과 함께해

더욱 즐거운 여행

 

사실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백제기행이 있었고, 일상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 나에게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어느덧 편안한 기행, 배울 것이 넘치는 기행이 되었다. 또한 백제기행은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여행이다. 그분들과 함께하면 항상 얻을 것이 많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된다. 대인관계에서 소극적이었던 나는 백제기행을 다니면서 조금은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뿌듯했다. 기행동안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행 중 한 가지 힘든 시간이 있다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불편해 기행을 꺼리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시간이 있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교류하는 곳,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술과 영화. 모두 예술이다. 영화관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반면, 미술관은 일상 속에서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미술관 방문의 일상화를 목표로 한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그 곳이 전라북도의 도립미술관과 같이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에 위치하지 않고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 위치해있다는 점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미술관 내로 입장하는 동안 탁 트인 잔디밭을 사이로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오묘함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미술관에 가면 한 두 작품에 꽂히기 마련이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특별전에서는 ‘전통적인 실험, 과거와 현재의 유기적 조화 및 교류로 역동적인 미래 창달에 이바지하는 곳’ 이라는 국립미술관 서울관의 슬로건에 어울리는 작품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필립 비슬리의 ‘착생 식물원’ 이었다. 착생 식물원은 몸에서 느끼는 감각들 일부를 연출한 신체적 모형이다. 인간이 느끼는 섬세한 감각들이 십만 개의 섬세한 디지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신비함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착생 식물원은 사람들의 자극에 따라 움직이며 전구에 불이 들어오기도 하고 우리 몸에서 자극을 받아 신경을 타고 뇌에 전해져 반응을 하듯 작은 손동작에도 하늘거린다. 각 유닛 속의 디지털 요소들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신호를 교환하며 공기와 수분을 흡수하고, 미리 저장된 화학물질은 신진대사를 시작하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활동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방식의 표현양식 때문이다.

 

고리타분함 속에서 찾은

아름다움 ‘디셈버’

 

역시 전라도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과 함께한 깡장집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중심지 종로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서있었다. 서울에 갈 때면 촌티만은 내고 싶지 않았는데…. 그 거리에 선 순간 나는 서울에 갓 상경한 소녀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 서울을 향한 이상한 동경마저 들었다. 식사를 하고 공연시간까지 40분 정도가 남아 광화문 광장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책을 좋아한 건 아니지만 서점을 좋아했던 나는 전주에 교보문고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던 한 사람이었는데 오랜만에 큰 서점에 가 ‘청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촌티 폴폴나는(?!) 짧은 서울 구경을 뒤로 하고 이번 기행의 하이라이트 뮤지컬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를 보기 위해 다시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뮤지컬 ‘디셈버’는 故김광석의 모든 음악을 사용하여 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故김광석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그분이 살던 시대, 또 나의 부모님께서 젊었을 적 살았던 시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뮤지컬이었기에 그의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들렸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색깔의 옷을 입은 듯 했다.

김광석. 사실 내가 이분에 대해 아는 것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것, 그리고 그의 대표곡 중 ‘먼지가 되어’가 있다는 것이 다였다. ‘먼지가 되어’라는 곡조차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리메이크된 곡을 들은 게 전부다. 공연이 시작되고 ‘내가 아는 곡은 언제쯤 나올까?’ 했던 나는 어느새 그의 음악을 되뇌며 듣고 있었다. 내가 한 때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던 부모님 세대의 음악, 김광석의 곡들이 아름다웠고 그 곡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무의미한 어구들이 되풀이 되는, 소위 말하는 요즘 음악과는 달랐다. 또한 이러한 곡들이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 친숙하게 만들어진 ‘디셈버’ 덕분에 같은 노래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음악을 만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대중음악은 오늘날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오랜 감동을 자아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미흡함이 있다. 자극적인 기계음이 너무 많이 가미된 탓인지 잔잔한 여운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요즘 유난히 시간을 거슬러 추억을 회상케 하는 예술형태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을 보고 휴식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답답한 일상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디셈버’와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런 답답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느끼게 해 준 참 멋진 공연이었다.

 

조혜경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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